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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웃기고 울리고 다 한다···EPL로 간 미식축구 감독 ‘테드 래소’ 24-03-28 작성자 ghghwk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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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모두가 좋다고 입을 모으는 영화·드라마일수록 손이 안 가는 경우가 제법 있지 않나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 때문인지, 청개구리 심보 때문인지 몰라도요. 제게도 그런 작품이 몇 있습니다.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테드 래소>는 그 중 하나였습니다. 온갖 상을 휩쓴 이 시리즈의 명성은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익히 들어왔지만 왜인지 시청을 미뤄왔습니다. 축구라는 소재에 큰 관심이 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난 주말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 정주행하고 말았습니다.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렸는데요. 이번주 ‘오마주’는 저와 같은 청개구리들을 위해 써봅니다.
<테드 래소>는 미국의 대학미식축구 감독 테드 래소(제이슨 서데이키스)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유서 깊은 클럽 리치몬드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됩니다. 말도 안 되는 스카웃의 배경엔 리치몬드 구단주 레베카(한나 와딩햄)가 있습니다. 레베카는 자신을 떠난 전 남편에게 복수를 하려고 테드를 데려왔는데요. 전 남편이 사랑하는 구단을 철저히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망가뜨리려는 계획이었죠.
레베카의 기대대로 테드는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초짜입니다. 오프사이드 같은 기본적인 룰조차 그에겐 생소합니다. 하지만 테드는 ‘무한 긍정’의 사나이입니다. 자신을 향한 선수들의 불신도, 언론과 대중의 조롱도 기꺼이 이겨내보려 합니다.
드라마는 스포츠 드라마의 클리셰를 적극 활용해 초반부를 끌고 나갑니다. 실력은 있지만 천방지축인 젊은 선수, 노련하지만 꼬장꼬장한 노장 선수가 등장합니다. 개별적으로는 기량이 나쁘지 않지만 단합이 안되니 모아놓으면 오합지졸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클럽 리치몬드가 고전하는 것도 그래서죠.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와 구단 사람들은 테드의 에너지에 감화돼 하나가 되기 시작합니다.
축구를 전면에 내세우긴 하지만 축구 드라마로서의 쾌감은 약한 편입니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을 뿐더러, 축구 팬이라면 오히려 거슬릴 장면이 적지 않습니다. 미식 축구 전술을 축구에 적용해 성공한다는 식의 엉뚱한 전개도 자주 나오고요.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큼 장점이 많습니다. 일단 웃깁니다. 작품 전체에 유머가 짙게 깔려있는데 그 타율이 매우 높습니다. 시리즈의 유머 코드에 한 번 ‘저격’ 당하면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뛰어난 것은 현대인의 정신 건강 문제를 탁월하게 다루는 데 있습니다. 카메라는 걱정 없이 해맑게만 보이던 테드의 마음 속 어두운 구석을 비춥니다. 그 안에는 불안과 우울, 자기 혐오가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이 테드 뿐일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는 자신 만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테드를 비롯한 등장인물 모두의 상처를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사려 깊은 방식으로 보듬습니다. 배꼽 잡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시청자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2020년 8월 처음 공개된 드라마가 팬데믹 시기 우울에 빠진 전 세계인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지난해 5월 시즌 3를 끝으로 시리즈는 막을 내렸습니다. 한 시즌 당 10~12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에피소드 당 길이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80분입니다. 한 번에 몰아보기도, 곶감처럼 한 개씩 빼먹기도 좋겠습니다.
최약체 고교 야구팀의 ‘하극상’···결과 아닌 ‘과정’의 드라마
이유 없이 삶에 지칠 때 필요한 것···‘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64세에 177㎞ 해협을 횡단한 아네트 베닝···‘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꽉 찬 육각형’ 지수 ★★★★★ 혼자 웃기고 울리고 다 한다
‘몰라봐서 미안해’ 지수 ★★★★★ 왜 이제야 봤을까, 진작 볼 걸!
모두가 좋다고 입을 모으는 영화·드라마일수록 손이 안 가는 경우가 제법 있지 않나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 때문인지, 청개구리 심보 때문인지 몰라도요. 제게도 그런 작품이 몇 있습니다.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테드 래소>는 그 중 하나였습니다. 온갖 상을 휩쓴 이 시리즈의 명성은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익히 들어왔지만 왜인지 시청을 미뤄왔습니다. 축구라는 소재에 큰 관심이 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난 주말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 정주행하고 말았습니다.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렸는데요. 이번주 ‘오마주’는 저와 같은 청개구리들을 위해 써봅니다.
<테드 래소>는 미국의 대학미식축구 감독 테드 래소(제이슨 서데이키스)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유서 깊은 클럽 리치몬드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됩니다. 말도 안 되는 스카웃의 배경엔 리치몬드 구단주 레베카(한나 와딩햄)가 있습니다. 레베카는 자신을 떠난 전 남편에게 복수를 하려고 테드를 데려왔는데요. 전 남편이 사랑하는 구단을 철저히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망가뜨리려는 계획이었죠.
레베카의 기대대로 테드는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초짜입니다. 오프사이드 같은 기본적인 룰조차 그에겐 생소합니다. 하지만 테드는 ‘무한 긍정’의 사나이입니다. 자신을 향한 선수들의 불신도, 언론과 대중의 조롱도 기꺼이 이겨내보려 합니다.
드라마는 스포츠 드라마의 클리셰를 적극 활용해 초반부를 끌고 나갑니다. 실력은 있지만 천방지축인 젊은 선수, 노련하지만 꼬장꼬장한 노장 선수가 등장합니다. 개별적으로는 기량이 나쁘지 않지만 단합이 안되니 모아놓으면 오합지졸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클럽 리치몬드가 고전하는 것도 그래서죠.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와 구단 사람들은 테드의 에너지에 감화돼 하나가 되기 시작합니다.
축구를 전면에 내세우긴 하지만 축구 드라마로서의 쾌감은 약한 편입니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을 뿐더러, 축구 팬이라면 오히려 거슬릴 장면이 적지 않습니다. 미식 축구 전술을 축구에 적용해 성공한다는 식의 엉뚱한 전개도 자주 나오고요.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큼 장점이 많습니다. 일단 웃깁니다. 작품 전체에 유머가 짙게 깔려있는데 그 타율이 매우 높습니다. 시리즈의 유머 코드에 한 번 ‘저격’ 당하면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뛰어난 것은 현대인의 정신 건강 문제를 탁월하게 다루는 데 있습니다. 카메라는 걱정 없이 해맑게만 보이던 테드의 마음 속 어두운 구석을 비춥니다. 그 안에는 불안과 우울, 자기 혐오가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이 테드 뿐일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는 자신 만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테드를 비롯한 등장인물 모두의 상처를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사려 깊은 방식으로 보듬습니다. 배꼽 잡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시청자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2020년 8월 처음 공개된 드라마가 팬데믹 시기 우울에 빠진 전 세계인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지난해 5월 시즌 3를 끝으로 시리즈는 막을 내렸습니다. 한 시즌 당 10~12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에피소드 당 길이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80분입니다. 한 번에 몰아보기도, 곶감처럼 한 개씩 빼먹기도 좋겠습니다.
최약체 고교 야구팀의 ‘하극상’···결과 아닌 ‘과정’의 드라마
이유 없이 삶에 지칠 때 필요한 것···‘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64세에 177㎞ 해협을 횡단한 아네트 베닝···‘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꽉 찬 육각형’ 지수 ★★★★★ 혼자 웃기고 울리고 다 한다
‘몰라봐서 미안해’ 지수 ★★★★★ 왜 이제야 봤을까, 진작 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