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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느긋하게 한 바퀴, 부여 규암마을…마을에 생명력을, 일상에 여유를 부여-하다 24-08-25 작성자 ghghwk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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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나루터와 오일장이 있던 규암마을
부여를 찾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부여읍에 머문다. 국립부여박물관, 정림사지, 궁남지 등 이름난 백제의 유산이 모두 부여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부여읍을 둘러싼 백마강을 건너면 삼국시대와 같이 먼 과거가 아닌 근현대의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1960년대 백제교가 생기기 전까지 규암마을은 나루터와 오일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던 부여의 중심지였다. 다리 건설로 나루터가 쓰임을 잃자 200호가 넘던 마을은 쇠락해갔다.
규암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 것은 젊은 공예가들이 마을로 모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의 흔적 위에 공예가들이 모여 레트로 여행지로 재탄생했다. 골목마다 옛 건물을 그대로 살린 공방, 책방, 갤러리, 편집숍, 카페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원래 살던 동네인 양 천천히 걸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자.
책방과 서고의 세간살이
부여군은 규암마을을 ‘123사비공예마을’로 브랜드화하여 창작센터, 아트큐브센터,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마을 내 12개 공방을 지원하고 있다. 매월 공예품 전시와 체험을 진행하는 규암장터를 열고, 백마강 야행, 팝업스토어, 규암 공예 페스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123사비레지던스’는 청년공예인과 여행자가 함께 어울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로 외국인이나 가족 단위 장기 투숙객이 머물고 있다. 이외에도 공방을 개조해 에어비앤비로 활용 중인 ‘청명’, 한옥 스테이 ‘작은한옥’ 등이 숙박을 위한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여행의 시작은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이다. 주민과 여행자, 공예인들의 소통 공간으로 특정 기간에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은 물론 플리마켓과 작가들의 원데이 클래스가 열린다. 전시 기간이 아니라도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보며 잠시 ‘물멍’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123사비아트큐브를 나와 건너편을 바라보면 나지막한 상가들이 눈에 띈다. 골목 안은 현대적인 건물과 옛 건물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부여서고’다. 이름만 봐서는 서점인가 싶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양한 제품이 눈에 들어온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 외에도 베트남에서 만든 소쿠리와 가방도 있고 염색 장인인 주인이 직접 색을 입힌 작품도 보인다. 여러 문화의 물건들이 서고의 책처럼 모이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책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다.
부여서고와 지붕을 맞대고 있는 옆집이 진짜 서점이다. 규암마을에서 가장 먼저 생긴 문화공간인 ‘책방세간’은 낙후된 마을이 새롭게 호흡할 수 있도록 포문을 연 곳이다. 책방세간의 주인이자 공예가인 박경아 대표는 서울 인사동·북촌·서촌, 파주 헤이리마을 등에서 아트숍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싼 임대료 걱정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규암마을을 선택했다. 박 대표는 책방을 시작으로 전통문화와 공예라는 문화 콘텐츠로 마을을 다시 살리는 ‘자온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오래된 집을 개조해 카페(수월옥), 음식점(자온양조장), 공연장(이안당), 숙박시설(작은한옥)이 탄생했다. 80년 된 담배가게 건물을 재해석한 책방세간은 당시 가게 주인 이름이 새겨진 문패와 금고, 진열장 등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특히 담뱃갑 속 은박지를 형상화한 벽면이 영롱하게 빛나며 오래된 물건들과 책을 비춘다. 안쪽에는 책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작은 방이 마련돼 있다. 손때 묻은 세간살이가 놓여 있어 흑백사진 속 외할머니가 불쑥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양조장과 한옥의 매끄러운 이질감
부여서고와 책방세간이 있는 골목에는 옛 건물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프랜차이즈가 점령한 도시의 점포들은 어딜 가나 비슷한데 이곳에서 만나는 가게들은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이다. 홀린 듯 마을 안으로 계속 들어가니 외형은 오래되었으나 관리가 잘된 건물에 ‘자온양조장’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머뭇거리는 몸짓에 직원이 나와서 양조장이 아닌 음식점이니 편하게 구경하라고 안으로 이끈다. 입구 쪽 테이블에는 과거 양조장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다양한 브랜드와 모양의 술병이 전시되어 있고 내부는 자개장, 문갑 등 고가구와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분위기는 ‘레트로’하지만 주메뉴인 피자, 파스타 등과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다리 놓인 뒤로 쇠락하던 나루터젊은 작가들 모여 ‘공예마을’ 형성
오랫동안 골목골목 지키던 건물들카페·음식점·책방 등으로 재탄생
겉모습만 보존·전시된 ‘박제’ 아닌청년·주민 활기로 살아 숨쉬는 곳
과거 자온양조장은 자온과실주와 자온약주로 유명했다고 한다. 뒷마당에는 술 만들 때 사용했던 우물이 있는데 지금도 물이 나오고 있다. 우물 옆 불을 피우던 굴뚝과 술을 내리던 건물도 옛 모습 그대로다. 곧 이 물로 다시 술을 만들 예정이다. 술을 만드는 물이라면 맛이 얼마나 좋을지, 그 물로 만드는 술은 또 얼마나 깊을지, 다음 부여 여행은 이미 취할 예정이다.
마당과 이어지는 언덕 옆 오래된 한옥이 백년고택 이안당이다. 100년이 넘은 이안당은 일본 건축양식을 활용한 ㄱ자 모양의 한옥이다. 과거 자온양조장의 주인댁이던 이안당은 긴 세월이 믿기지 않을 만큼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한옥 내부와 너른 마당에서는 지역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가수들이 공연을 하기도 한다. 방문한 날도 서울 모 대학 관계자들이 포럼을 진행하느라 분주했고, 활기가 한옥을 가득 채웠다.
공예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
이안당을 나와 오르막과 내리막, 포장과 비포장길을 번갈아 걸으며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돈다. 큰길로 나와 아트센터 방향으로 걷다 보면 옛 농협창고를 개조한 건물 두 동을 만날 수 있다. 청년창고 옆 허름한 단층 건물이 규암마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수월옥’이다. 1955년 지어진 건물의 외형을 살려 만든 카페인데, 수월옥이라는 이름도 과거 술을 팔던 요정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좌식 테이블 앞에는 방석이 깔려 있으며 창호 문도 아무렇지 않게 달려 있다. 낡은 모습에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지만, 직접 로스팅한 커피의 맛과 향이 오래된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123사비창작센터’는 청년공예가와 지역주민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입주공예가를 위한 스튜디오, 세미나실, 촬영 스튜디오, 공동 작업 공간인 메이커스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또 다른 건물은 청년 창업가들의 창업 활동을 돕는 ‘부여창고’이다. 2018년부터 꾸준히 청년 창업가들을 배출하는 곳으로 1층에는 카페가 있어 방문자들도 들러갈 수 있다.
수월옥을 지난 골목에 ‘나무모리 공방’과 ‘북토이’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나무모리 공방은 가구를 제작 판매하고 목공키트를 활용한 다양한 목공체험과 아로마오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캐릭터 인형 만들기 같은 책 활동을 진행하는 북토이는 동네 어르신들도 자주 찾는다. 이외에도 골목마다 염색, 퀼트, 손뜨개, 도자기, 생활도구 제작 등 다양한 공방이 있으니 체험을 원한다면 미리 위치와 시간표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많은 레트로 마을들이 유행처럼 생겼다 사라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지 옛것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추억을 박제한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규암마을은 옛것의 뼈대 위에 공예를 더해 현재에도 유효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온고지신 문화마을, 규암마을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 규암마을에 간다면
부여터미널에서 규암마을까지 걸어서는 40분, 버스로는 15분 정도 걸린다. 차로 간다면 123아트큐브&전망대 뒤편 주차장에 주차 후 마을로 들어가면 된다. 단, 내비게이션에서 ‘123아트큐브’만 검색할 경우 강둑으로 난 산책길을 안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거의 다 왔는데 강이 유난히 가깝게 느껴진다면 500m 이상 후진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다. 공예체험은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사전에 확인한 후 방문하자. 공예 프로그램과 장비 교육, 공방에 대한 정보는 123사비공예마을 홈페이지(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정직 2년’ 징계를 받은 이동환 목사가 법원에 제기한 징계 무효확인 소송이 각하됐다. 법원은 이 목사에 대한 정직 기간이 이미 끝나 소송의 실익이 없고, 징계의 절차적 하자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김형철)는 21일 이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로부터 받은 정직 2년 징계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내용을 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 내리는 판결이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한 후 감리회의 재판에 넘겨졌다. 감리회 경기연회 총회재판위원회는 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목사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인 ‘감리회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2020년 10월 정직 2년을 선고했다. 이 목사는 부당하다며 지난해 2월 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먼저 교단의 교리는 법률관계가 아닌 해석의 문제에 불과하므로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감리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정직 기간이 이미 만료해 (이번 소송이) 원고 지위의 법적 불안을 제거하는 직접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리회의 정직 처분에 무효라고 볼 만큼의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징계 처분이 교회법에 따라 적법한 게 아니거나,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등 무효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확정된 판결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교회 내 처분을 취소하려면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위해 일반 단체보다 더 큰 절차상 하자가 있어야 한다고 본 대법원 법리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 목사의 양심·종교·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헌법상 종교단체의 자율성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감리회 교인들의 집단적 의사를 무시하고 정직 처분을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은 교단의 고유한 특성을 도외시하고 종교적 믿음에 개입해 교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감리회는 이 목사에 대해 가장 엄한 징계인 출교 조치를 했다. 이 목사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한 점, 2021년과 2022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목사는 지난 3월 출교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도 별도로 제기했는데, 재판부는 이 점 때문에도 정직 처분 무효확인 소송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소송과 별개로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달 18일 이 목사가 제기한 출교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대법원이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선고한 날과 같은 날이었다.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이 목사에 대한 출교 효력은 한시적으로 정지된다.
최새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과 달리 지난 7월 동성부부의 피부양자 자격이 확정됐고, 해마다 퀴어축제 참가자는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성소수자의 법적 지위가 찬반 문제가 아니라 마땅히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인데, 오늘 법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제가 받은 징계가 다른 목사들에 대한 징계 근거로 활용되며 (종교계를) 옥죄고 있어 정직 2년의 기간이 끝났다고 소송의 실익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 낙후된 인식을 갖고 있는 집단이 세운 법과 폭력을 멈추고 바로잡기 위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경향] 쿠팡이 일부 노동자들의 물류센터 취업을 제한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2월이다.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노조와 시민단체는 노동법 등을 위반했다며 쿠팡을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쿠팡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사이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들은 영업비밀을 누설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쿠팡에 고소당했고,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하나의 사안에서 비롯된 두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수사기관은 최소한의 형평성도, 제보의 공익성에 대한 고려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 사건은 공익 목적의 내부고발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사건은 쿠팡에서 근무하면서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PNG(Persona Non Grata·외교 용어로 ‘기피인물’을 의미)리스트’를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접한 제보자들이 이를 언론과 시민단체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이 리스트에는 1만6450명의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취업을 제한하는 사유 등이 적혀 있고 2017년부터 작성됐다. 쿠팡은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했지만, 쿠팡이 정상적인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취업을 제한했다는 점, 취업이 제한된 이들이 구제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점, 쿠팡 측이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법 위반 여부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제보의 공익성은 분명했다. 일용직·계약직 비중이 69.8%(2023년 기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고용현황)에 달하는 극히 유연한 고용형태와 블랙리스트의 접목이 ‘사실상 노동법을 회피한 쉬운 해고가 아닌지’ 사회에 시사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물류센터 운영 설비 관련 자료 등 수십 건의 영업기밀 자료를 유출했다며 제보자들을 형사고소했다. 더 문제는 정부 기관의 태도였다. 법에 따라 공익신고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제보자들의 보호 신청을 받고도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제보자들에 대한 경찰의 강제수사에 길을 터준 것이나 다름없다. 공익신고자법은 공익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다른 법에서 규정된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보호조치 결정이 늦어진 사이 제보자들은 영업비밀을 유출한 피의자가 됐다.
지난 8월 20일 제보자이자 피의자인 김준호씨(24)를 경기도 성남시의 한 교회에서 만났다. 김씨는 2022년 11월부터 5개월간 쿠팡의 물류 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지역 센터의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당시 PNG리스트를 처음 접했고, 퇴사 후 또 다른 제보자 A씨와 함께 이를 언론에 제보했다. A씨와 김씨는 각각 지난 6월과 7월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는 기업에만 관대한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떳떳한 수사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PNG리스트를 어떻게 처음 접했나.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서 일하면서 일용직·계약직 채용 업무를 담당했는데, 이 일을 맡으면 무조건 리스트를 접하게 돼 있다. 채용 희망자들의 명단을 엑셀 시트에 입력하면 PNG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빨간색으로 ‘사원평정’이란 글씨가 나온다. 채용 업무를 하면서 거쳐야 하는 절차이기에 모를 수가 없다.
-쿠팡 측은 리스트가 인사평가 자료라고 말한다. 왜 이 리스트가 문제라고 생각했나.
처음엔 당연한 업무 프로세스라고 생각하면서 근무했던 것 같다. 그런데 보다 보니 이름란이 ‘JTBC 작가’ 등 이름이 아닌 것으로 등록된 인원이 많았다.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게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셔틀버스가 정차하지 않고 지나쳐서 근무를 못 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그분 업무를 제가 처리했는데 하루 일당을 주고 리스트에 등록했다. 이의 제기를 했다고 일을 못 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사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블랙리스트 작성의 위법 여부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누구든지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를 작성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이 조항은 퇴직자의 동종 업계 취업을 방해한 사람을 처벌할 때만 적용됐다. 자사 취업을 제한한 경우에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판례가 없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마켓컬리 블랙리스트 사건 때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법원 판단을 받을 기회도 없었던 셈이다. 쿠팡시민대책위원회 측은 유연한 고용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자사 취업을 제한해도 이 조항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쿠팡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오민애 변호사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가진 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법의 취지를 생각하면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 그간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좁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제보 이후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나.
솔직히 두려웠다. 그렇지만 내가 힘들더라도 불법적인 행위를 알리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쿠팡이 고소할 것은 예상했다. 쿠팡이 본인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소하는 걸 여러 건 봤다. 당연히 고소장이 날아오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압수수색 등으로) 커질 줄은 몰랐다.
-쿠팡 측은 제보자들이 물품 분류 자동화를 위한 물류센터의 기술자료 등을 유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작 PNG리스트는 고소장의 유출 자료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허위사실 유포라고 했다가 갑자기 기밀정보 유출이라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지 않나. 유출했다는 자료 중 일부는 당시에도 쿠팡에서 일했던 A씨가 업무를 위해 본 자료고, 일부는 본 적도 없는 자료다. 자료 열람을 할 때 등급이 있는데 저와 A씨는 ‘레벨1’, 일반사원이다. 기밀에 접근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평사원도 들락거리면서 다운받을 수 있는 걸 기밀이라고 할 수 있나.
-결국 경찰 압수수색까지 받게 됐는데.
공익 목적 제보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압수수색 영장에는 제가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혀 있는데 부당 이득을 취할 생각도 없었고, 취한 바도 없다. 답답해서 경찰에게 ‘제 계좌 보고 오셨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서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의혹 제보 이후 한 달 만에 사무실을 옮겼다. 그곳이야말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데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저는 그동안 기자회견과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리스트 입수 경위를 모두 말했다. 경찰이 임의제출을 요구할 수 있었는데 압수수색을 한다는 건 압박으로 느껴진다.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인데 수사 상황을 알고 있나.
2번 정도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는데, 수사관이 ‘블랙리스트가 왜 문제가 되냐, 문제가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의지가 없어 보였다.
쿠팡시민대책위 측은 수사관의 불공정한 태도를 문제 삼아 기피 신청을 했고, 수사관이 교체됐다. 현재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은 서울 송파경찰서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이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쿠팡에 대한 강제수사나 피고발인인 쿠팡 임원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고, 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관계자는 쿠팡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조사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강제수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 질의에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 조치를 신청했는데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나.
지난 2월에 신청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권익위에 문의해보니 노동청과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결정한다고 했다. 공익신고자를 돕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인데 조사가 다 끝나야 보호해준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권익위원회는 신고자가 신청한 지 90일 안에 보호 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권익위는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관계기관에 자료 요청 등을 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법이 정한) 기한 내에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간 쿠팡에서 연락은 없었나. 쿠팡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번 연락 왔으면 좋겠다. 왜 이러는지. 다 어른들이 일하는 회사 아닌가. 그런데 쿠팡을 보면 어린애들이 하는 행동 같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개선해 나가야지, 변명한다고 사실이 달라지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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